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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의 이별 후 ‘펫로스 증후군’ 극복법 – 뮤지컬 가수 배다해 인터뷰
2026.07.10. KB손해보험
*본 인터뷰는 KB손해보험 유튜브 <제자리로 돌아오면 모두 다 일상> 4화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다 보면 언젠가는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이별’입니다. 그 상실감과 슬픔을 마주하는 감정을 우리는 ‘펫로스 증후군’이라 부르는데요. 뮤지컬 배우 배다해 씨는 10년을 함께한 반려묘 ‘준팔이’를 떠나보내며 이 감정을 온몸으로 겪어냈습니다.
Q. 결혼하신 지 벌써 5년 차가 되셨다고요. 시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떻게 된 사연인가요?
배다해 할아버지가 서울에 혼자 계셔서 저희가 같이 식사하러 다니고 지내다가 할아버지가 100세가 되셨는데, 주무실 때나 아침에 일어나실 때 케어가 필요해지면서 원래 남편이 해야 하는 일을 제가 같이 하게 된 거예요.
Q. 신혼인데 살림을 합치는 게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배다해 할 게 별로 없어요. 일하시는 분도 다 계시고. 대신 소파에 못 널부러져있고, 옷도 아무렇게나 못 입고 하는 부분은 있죠. (웃음)
Q. 고양이 세 마리와 시할아버지의 합가는 어땠나요?
배다해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할아버지가 무조건 좋아하실 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다행히 알러지도 없으셨고, 고양이들이 나이가 많아서 잘 안 나오다 보니 할아버지가 애들 얼굴 볼 시간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오히려 궁금해하기 시작하셨어요. “얼룩덜룩한 애는 봤는데 노란 애는 아직 못 봤다”면서 하염없이 기다리시고, 한 번 보면 그렇게 기뻐하시면서 자랑을 하세요.
Q. 처음 살림을 합치실 때 반려동물 문제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다혜 씨만의 인간과 고양이 합사(?)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배다해 결혼하면서 고양이 세 마리를 데리고 들어갔는데, 남편은 동물을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오빠가 뭘 해주길 기대하면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화장실 치우는 것도 다 제가 하는 걸로 하고, 연애할 때도 “걔는 원래 사람한테 잘 안 가”라고 미리 얘기해뒀죠. 근데 지금은 오히려 남편이 자연스럽게 다 하고 있어요.
문제는 육아 방식의 차이예요. 저는 동물을 반평생 키워서 어디까지 오케이 해줘야 하는지 기준이 있는데, 남편은 그게 없어서 다 해줘요. 그러니까 고양이들이 저한테는 안 하던 행동을 남편한테 하는 거예요. 밤새 얼굴에 대고 울면서 놀아달라고 하고, 남편은 그걸 거절을 잘 못하니까 계속 끌려다니고요. 저는 “그렇게까지 하지 마라” 하는데 남편은 그게 잘 안 돼요.
10년의 인연, 준팔이와의 만남
Q. 아르, 나타샤와 함께 지내던 준팔이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배다해 준팔이는 주인에게 버림받고 동물병원에 온 아이였어요. 두 달이 넘게 스스로 먹지 않은 상태로 저를 만났어요. 근데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거예요. 모든 검사를 다 해봐도, 미국의 유명한 전문가한테까지 다 보내서 확인했는데도 이유가 없다고 했어요. “이건 스스로 안 먹는 거다. 살지 않으려고 안 먹는 거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버림받은 충격으로 더 이상 살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은 거죠. 두 달을 안 먹으면 고양이는 심장에 무리가 갈 정도인데, 처음 봤을 때는 그냥 곧 죽겠구나 싶었어요.
Q. 그런 아이가 살아났다는 게 정말 놀라운데요. 준팔이는 어떤 캐릭터의 고양이였나요?
배다해 준팔이는 사람과 상호작용을 정말 좋아하는, 소위 ‘개냥이’였어요. 자기 할 거 하는 반려동물이 아니라 계속 소통하는 아이였고, 손을 잡고 빤히 쳐다보고 품에 계속 안겨 있고. 말을 할 줄 몰라서 한글을 못 할 뿐이지, 거의 대답도 다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러니까 인간에 대한 애착 관계가 그만큼 강했던 애라서, 그게 끊어졌을 때 상심도 그만큼 컸던 게 아닐까 싶어요. 구조해주신 분이 전담해서 케어해 주셨고, 병원에서도 애써주셨는데, 제가 나타나고 나서부터 밥을 먹기 시작했어요.
언제까지 함께할 수 있을지 모르는 시간
Q. 준팔이가 비강 림프종 진단을 받으셨을 때는 어떤 마음이셨나요?
배다해 코가 좀 붓더니 코피가 나서 병원에 갔는데, 검사해보니 세포에 나쁜 게 있다고 했어요. 그게 비강 림프종이었어요. 전이가 되는지 안 되는지, 완치가 되는지 이런 걸 다 물어보고 찾아봤는데, 선생님이 “그런 생각은 하지 맙시다. 일단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지만 있는 동안 숨 쉬기 편하고 몸이 힘들지 않은 정도의 치료를 하자”고 하셨어요.
처음에는 정말 아예 생각조차 한 적이 없는 일이라 너무 놀라고 많이 울었어요. 계속 끌어안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정신 차리고 얘를 덜 힘들게 하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남편이랑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그래서 선택하신 치료 방법이 일주일에 한 번 맞는 주사였다고요.
배다해 네, 무기한으로 맞는 게 아니라 한 달 맞고 한 달 쉬고 하는 식이었어요. MRI나 CT를 찍으려면 마취 반응도 검사해야 하는데, 준팔이가 나이가 많아서 그것도 무리가 될 수 있었거든요. 무리하는 건 하지 말자고 해서, 저도 오케이 했어요. 선생님이 그렇게 제안해주신 게 너무 감사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고통스럽지 않게 치료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치료를 받으면서 오히려 준팔이가 에너자이저가 됐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배다해 주사를 맞으면서 기력이 떨어져서 침대에도 못 올라올 때가 있었어요. 그때 저희 소원이 “침대에 딱 한 번만 올라왔으면 좋겠다”였어요. 그러다 얘가 너무 기력 없이 계속 있는 게 싫어서 잠깐 주사를 쉬어보기로 했어요. 선생님도 오케이 하셨고요. 그런데 코피도 안 나고 부었던 것도 가라앉으면서, 완치는 아니지만 갑자기 어린 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막 뛰어다니기 시작하는 거예요. 문을 긁으면서 밖에 나가고 싶어 하길래 하네스를 채우고 새벽에 산책도 시켜줬어요. 세상이 궁금했나 봐요.
Q. 매주 병원을 오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배다해 펫택시를 이용해서 다녔어요. 케이지 안에 안 있고 계속 창문 밖을 구경했는데, 무서워하지도 않고 사람이 들어앉은 것처럼 그렇게 구경을 했어요. 병원에서도 인기가 많았고요. 저희 촬영할 때 제작진분들이 방에 쫙 앉아 계시면 준팔이가 번갈아 가면서 무릎에 앉는 거예요. “오늘은 누구 무릎에 앉을래” 이렇게 될 정도로요. 그런 시간들이 오히려 슬프지 않고 저희한테는 좋은 추억이 됐어요.
이별, 그리고 남겨진 트라우마
Q.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함께할 시간을 보내는 게 마음에 걸리셨을 것 같아요.
배다해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미리 해주셨어요. “언제 가는 건 아닌가, 내가 혹시 얘가 언제 가는지를 기다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요.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한 거니까 죄책감 느끼지 말고, 그냥 순간순간을 기쁘게 감사하게 받으려고 노력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최대한 그렇게 하려고 했어요. 하루라도 더 옆에 있어주면 고마운 거니까요.
Q. 준팔이가 떠나던 날 아침, 평소와 다르게 유독 예뻤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배다해 가기 며칠 전부터 강제 급여를 했고, 거동이 불편해서 눕혀서 지내는 상태였어요. 얼굴에 눈물이랑 침이 계속 흐르고 그루밍도 못 하니까 얼굴이 꼬질꼬질했어요. 그런데 그날 아침엔 갑자기 털에 윤기가 나고 색도 예쁘고, 아기 얼굴처럼 예뻐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얘가 건강해졌다, 기력을 되찾았구나” 했는데, 그날 갔어요. 나중에 들었는데 죽기 전에 그런 빛을 낸다는 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처음 그걸 본 거죠.
Q. 마지막 순간이 다해 씨 품에서였다고 들었어요.
배다해 품에 안겼을 때 숨이 넘어가더라고요. 배운 적도 없는데 본능적으로 코에 바람을 불어서 인공호흡을 하고 심장 마사지를 했어요. 그렇게 한 번 고비를 넘기고, 준팔이가 좋아하는 자세로 손을 받쳐주면서 노래를 불러주고 계속 얘기해주며 남편이 올 때까지 버텼어요. 남편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얼굴을 보자마자 숨이 완전히 넘어갔는데, 그게 여러 번 숨을 삼키는 방식이었어요. 그게 저한테는 트라우마가 됐어요. 그 이후로 계속 제가 숨이 넘어가는 준팔이랑 같이 숨이 넘어가는 꿈을 꿨어요.
너무 힘들어서 어떡하지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어떤 영상을 봤어요. 동물들이 숨이 넘어갈 때쯤이면 산소 공급이 거의 안 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서서히 꺼져가는 불씨처럼 넘어가는 거라 의식이 뚜렷하지 않다는 내용이었어요. 살고 싶어서 발버둥 치는 게 아니라는 거죠. 그걸 보고 나서 조금 나아졌어요.
Q. 그 이후 준팔이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셨다고요.
배다해 없다는 걸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계속 “준팔아 잘 자” 하면서 지냈어요. 남편이 원래 준팔이랑 단짝이었는데, 그런 제 모습을 보고 놀라서 자기라도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밤에 계속 저를 데리고 나가서 떡볶이를 사주고 그랬어요. 그 와중에도 맛있더라고요. (웃음) 처음에는 그게 환기가 많이 됐고,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됐어요.
Q. 남편분도 상실감이 크셨을 것 같아요.
배다해 준팔이 장례식 할 때 오빠가 많이 울었어요. 화장하는 동안 저는 시간이 지나면서 “얘도 이렇게 차가워지는 게 싫다, 빨리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정리가 됐는데, 오빠는 그때부터 터지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준팔이 얘기하면 그 리액션을 못 볼 것 같다고 하고 가요. 준팔이 물건도 저는 다 버리자고 했는데 남편이 하네스랑 약봉지 같은 걸 안 버렸어요.
펫로스 증후군, 극복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
Q. 지금은 펫로스 증후군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고 느끼시나요?
배다해 극복이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계속 생각나고 계속 슬퍼요. 저희 첫 강아지가 20년을 살다 갔는데, 저는 그 이후로 지금도 걔를 잘 추억하지 못해요.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책을 쓰면서 원 없이 울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펫로스는 직면해서 이겨낼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적당히 회피하고, 적당히 정신 승리하고 그렇게 가는 것 같아요.
Q. 슬픔에서 벗어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으셨다고요.
배다해 제가 준팔이라면, 내 주인이 삶의 의미를 못 찾고 저렇게 괴로워하는 걸 과연 좋아할까 생각해봤어요. 동물은 정말 선하잖아요. 원망하지 않고 고마움만 생각할 것 같은 거예요. 그렇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니, 준팔이는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고 싶은데 제가 슬퍼하니까 마음이 쓰일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준팔이를 보내주자, 얘가 그걸 원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Q. 비슷한 슬픔을 겪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배다해 일단은 마음껏 슬퍼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준팔이 사진을 처음 데려왔을 때부터 다 봤는데, 그리움이 오히려 해소가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가장 최근 사진을 보니까 조금 해소가 됐어요. 그래서 준팔이 폴더를 따로 만들어서 사진을 옮기는 작업을 했어요. 물건들도 억지로 버리거나 잊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추억하고, 많이 운 다음에 “이 아이가 내가 슬프길 원할지, 기쁘게 추억해주길 원할지”를 한번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받은 사랑을 갚아가는 일상
Q. 지금은 유기동물 보호 후원도 이어가고 계신다고요.
배다해 지금 열 곳이 넘는 곳에 후원하고 있는데, 그것도 성이 안 차요. 진짜 목표는 모든 보호소가 다 망했으면 좋겠어요. 유기견이 한 마리도 없어서, 동물이 버려지는 게 한 마리도 없어서 보호소가 문을 닫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쉽진 않겠지만, 일단 그 마음을 가지고 조금씩 헤쳐 나가려고요.
Q. 여러 번의 만남과 이별을 겪으며 생각하는 ‘제자리의 일상’은 어떤 걸까요?
배다해 저는 돌아오는 것도 일상이지만, 그 힘들었던 순간도, 아이들이 있었던 순간도 없었던 순간도 다 저의 일상이라고 생각해요. 그 아이들과 나눈 소통과 공감, 그 추억들이 저한테 남아 있는 게 소중한 것 같아요. 그 좋은 추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상이 참 소중하다, 그런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호자의 선택에 정답은 없다
Q.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의 치료를 계속 이어갈지, 아니면 보내줘야 할지를 두고 고민한다고 하는데요. 그 시간을 경험해보신 다혜 씨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배다해 저는 제가 직접 겪어보니 확실히 알았어요. 정답은 없다는 것을요. 치료를 강행하면 그 과정에서 아이가 힘들어하는 걸 눈으로 봐야 하니까 미안하고 죄책감이 생기고, 안락사를 선택하면 또 그 죄책감에서 못 헤어나오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데 아이가 더 살고 싶어 하는지 아닌지는 평생을 키운 보호자만 알 수 있어요. 그래서 보호자가 내리는 선택이 곧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힘들어도 더 살리고 싶다는 선택도 아이는 고마워할 거고, 고통을 끊어주는 선택도 아이는 고마워할 거예요. 그러니 다른 보호자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제자리로 돌아오면 모두 다 일상> 4화 영상 보러가기

